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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교육 [발행인의 편지] 이민사회 생장 제22회 전미한인체전을 준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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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외가가 있던 시골에 녹슨 펌프가 마당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타는 듯한 여름에 목이라도 적시려 펌프에 손잡이를 잡으면 마치 고장난듯 아무리 펌프질을 해도 물이 나오지 않는다. 나중에서야 물을 한 바가지 넣어야 그 물이 지하수로 연결되어 펌프까지 올라오는 원리를 알게 되었다. 

이때 한 바가지 넣은 물을 일컬어 ‘마중물’이라 했다. 이 물이 마중을 나가 지하수를 끌어올리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마중물을 한 바가지만 넣는다고 펌프 물이 한 바가지만 나오는 것이아니라 끊이지 않는 샘물이 콸콸 나온다. 구정물을 마중물로 넣었다고 해도 구정물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여지없이 맑은 샘물이 흘러 넘친다.

우리 이민사회 1세대들의 삶이 마치 이와 깉았다.
내 한 몸 버려가며 자식들 위해 구정물처럼 버려졌지만, 영어도 못하고 서러움을 견디며 버텨내, 자식들은 유창한 영어와 우수한 교육을 받게 했다. 후세들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 구정물이 되더라도 자신을 기꺼이 마중물로 버리며 헌신했다.

새로운 세대를 이민사회도 맞고 있다. 정체성이 결여됐다고 하는 이민2세, 3세도 결국은 이 민족적 아이덴티티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통계가 있다. 어떤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지도 이민사회가 고심하고 발맞추어 가야 할 사회문제이다. “하다가 안되면 말지 뭐” 하는 식의 뜨내기식의 삶은 더이상 이민의 삶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헤쳐나가야 할 이민자의 삶은 아직 갈길이 멀다. 구태의연하고 주먹구구식의 단체와 교회를 비롯한 한인사회가 이어가는 패러다임은 이제는 새로운 시대에 발맞추어 변화를 추구해야 하는 절대 명제 앞에 놓여 있다.

이민1세대가 보여온 행태도 만만치 않다.
어떤이들은 마중물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다음 세대를 방해하며 맛을 잃은 소금이 되어 이제 밖에 버려지고 밟힐 일만 남지 않았는가 말이다.
이민1세대가 다 이러하다면 너무 창피하지 않은가? 우리 2세들이 무엇을 보고 배울까 말이다.
물론 참 존경할 선배님들도 많다. 이름도 없이 값도 없이 가진 재능을 기부하며 세상이 몰라줘도 이름에 연연하지 않고 사람을 세우고 돌보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아는 것이 없고 영어를 못해도 대신 땀을 흘려가면서 다음 세대, 약자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려고 노력한다. 존경이 우러나온다. 화장실에 떨어진 휴지를 맨손으로 줍고 담배꽁초를 모아 정성스레 쓰레기를 분리 수거하고 아직 힘이 남아 그 힘이 필요한 것을 찾아 집중한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지만 그분이 지나간 자리는 정말 깨끗하다. 같이 밥을 먹어도 젊은 장정들들 일하라고 배부르다며 기다리다가 다 먹고 남은 음식으로 즐겁게 맛나게 드신다.
이 어른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세상에 남을 시간이 얼마 없기에 바람처럼 없는 것처럼 아래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며 뭐든지 베풀려고 하신다. 헌옷이지만 추억을 담아 멋지게 입으시고, 지난 날을 추억하며 엣친구들을 찾아 그리움으로 남으신다.
오랜 시간의 지혜로 불의에 맞서시고, 기꺼이 양보도 하시며 중요한 게 무엇인지 잘 아시는 지혜로움이 멋지다. 드러나지 않지만 후배들은 그런 인생선배들의 삶이 한눈에 보인다. 푼돈을 아껴 큰돈을 만들고 큰 뜻에 작게나마 이바지하며 검소하게 만족하시는 방법을 몸소 알려주신다. 참 귀한 선배님들이요 어른들이다.

추한 노욕으로 껍데기만 가지고 텅텅 빈 속으로 요란하게 시끌벅적한 잡류같은 인생들보다 너무나 대조되고 멋있다. 냄새나고 더럽다. 본인은 모르지만 곁에서는 모두 다 보인다.
이럼 요소들이 언제쯤이나 충족되고 이 멋진 콜로라도에 걸맞는 포텐셜이 가득한 한인 문화의 존엄이 이루어질 것인가? 날마다 주류 사회의 들러리를 자처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선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꿈꾸고 맞이할 그때가 된 것이라고 필자는 믿는다.

곧 제 22회 미주체전이 뉴욕에서 열린다.
석달 전 콜로라도 체육회는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4년 만에 열리는 미주체전의 준비를 다소 늦은감이 있게 시작하면서 암담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러나 시애틀 체전 때 기적을 일으킨 경험을 바탕으로 체전 조직위원회가 동포기업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체전을 1개월 가량 남겨 둔 현재 콜로라도 체육회는 임원들의 회비를 제외하고 4만 달러 이상의 후원을 받아냈다. 콜로라도에서 생계를 꾸려가는 동포 비즈니스 40여 곳이 체전을 후원했으며 지금도 계속 후원금이 입금되고 있다.
체육 꿈나무를 육성하고 우리가 사는 동포들의 생활체육을 활성화 한다는 다소 멀어 보이지만 엄청난 책임감이 우리 모두에게 전해지며 이 체전을 가능하게 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는 것이다.
체육인뿐만 아니라 모든 동포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체전을 준비하는 이 여름이 뜨거워지고 있다.
 
진정한 마중물이 아닐 수 없다. 내 한몸 던져 내가 가지 않더라도 우리 새싹들을 보내 큰 경험을 주고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며 결과에 승복할 줄 아는 멋진 모습에 기대를 걸고, 그들의 경험과 자존감을 위해 마중물이 되어 산 교육의 현장을 응원하고 있는 것이다.
미주체전이 월드컵도 올림픽도 아니지만 80년대부터 미주에서 이민의 설움을 딛고, 40년을 이어온 그 저력의 민족성의 고취를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다.

한국-콜로라도주 경제협력 현황은 한국에 대한 콜로라도주의 수출은 연간 7억 9,100만불(물품 4억 2,400만불 및 서비스 3억 6,700만불), 한국 수출로 콜로라도주내 5,341개 일자리 창출(직접 창출 2,713개 및 간접 창출 2,628개), 2003년부터 한국의 대콜로라도주 투자금액은 1,100만불, 동 투자로 콜로라도주내 총 94개 일자리 창출한국인 관광객이 콜로라도주에서 지출한 비용은 1억 6,460만불이며 한국인 유학생수 288명(콜로라도주 전체 외국인 학생의 2.5%)이나 된다.
우리 한인동포들의 터전에서 그렇나 오래 산 사람들이 많은 이유와 도시의 저력은 이런 문화로 대변된다.

콜로라도의 한인동포는 늘 하나로 뭉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고, 한인으로서의 저력과 그 생장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은 조용히 불타오르고 있다. 아무리 분열되어 있는 것 같지만 순수하고 민족과 동포를 사랑하는 열의와 마음은 어느 지역 못지 않다. 이민사회에 그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지속되고 있음에 감사와 행복이 머문다.
과거의 관서체육회처럼 나라를 잃은 일제 강점기에도 메이저 리그팀이 타고 가는 배를 세워 친선전을 치르며 후세들의 기를 살려주고 하나로 뭉치려했던 선조들처럼 오늘 콜로라도의 생장점은 그렇게 조용히 강력하게 무르익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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