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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은 대표] 

명문 대학에서 4년 동안 수석을 차지한 수재이면서도 의도적으로 안일하게 살아가기로 마음먹은 서재필, 나약한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그가 곤경에 처한 여성을 돌보다 사랑에 빠져 삼각관계를 만들고, 그 와중에 온갖 오해를 받는 사건에 말려들게 된다.

70년대 말부터 80년대 초까지 당시 한국의 암울했던 사회상을 그려낸, ‘지리산’의 작가 이병주의 장편 소설, ‘행복어 사전’이다.  

그런데 왜 제목이 ‘행복어 사전’일까? 

행복에 방점을 찍고 아무리 찾아보아도 알 수가 없다.

그러다 순간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이 소설이 일상의 삶의 곡절과 희로애락을 그대로 담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희비가 엇갈리고 내 마음처럼 되지 않는 삶이지만 끝내 버티며 길을 찾아가는 여정 어딘가에 행복이 숨어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행복이라고 하면 뭔가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언어로 표현되어야 할 것 같은 선입견이 순간 깨졌다. 자연스럽게 ‘행복’에 대한 생각에도 전환이 일어났다. 행복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원하는 대로 다 이루어지는, 어떤 염려와 걱정도 사라진 그런 상태가 아니라는 것, 오히려 지금 내 삶에 뒤엉켜있는 희로애락 속에 그대로 오롯이 존재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런 생각을 하며 나의 행복어 사전을 펼쳐본다.

몇 개의 단어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중 첫째가 ‘불편’이다. 

불편한 일이 있으면 말 그대로 삶이 불편한데 어찌 행복하다는 것일까. 삶이 편안하면 나의 몸과 마음은 그 속에 안주하고 만다. 거기에 작은 불편함이라도 끼어들면 어찌할 줄 모른다. 불평과 불만이 뒤따라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그런데 ‘불편한’ 삶을 살아가려면 나의 심신은 끝없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그 속에서 살아있음의 느낌을 온전히 누리게 된다. 행복의 원천이 불편함에 있음을 깨닫는 순간이다. 

보왕삼매론 한 구절이 떠오른다.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생기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근심과 곤란으로서 세상을 살아가라 하셨느니라.

그 사전에 나와있는 또 하나의 단어는 ‘갈등’이다. 두말할 필요 없이 ‘갈등’은 스트레스의 주범이다. 미움과 원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 보면 서로 다른 사람이 다른 생각을 하면 살아가는 세상이니 갈등은 필연적이다. 갈등이 있다는 것은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다른 표현이 아닐까.

다름을 인정하고, 역지사지의 생각으로 배려하고 존중하면 갈등은 결국 새로운 자유의 삶으로 이어진다. 그 자유의 부산물이 행복이니, 어찌 갈등이 행복어 사전에서 빠질 수 있겠는가. 

소설 ‘행복어 사전’은 90년대 초 TV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인기를 끌었다. 그 이유가 어쩌면 ‘불편’과 ‘갈등’을 드라마에 담아서 그런 것은 아닐는지.

그 외에도 그 사전에는 시도, 미소, 어머니, 고향, 만족, 끄덕끄덕 등 여러 개의 단어가 눈에 띈다.

2024년 새해, 나만의 행복어 사전과 함께 할 생각에 벌써부터 기분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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