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역이민…한국계 美이민 2세들, "소속감 못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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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해봐야 '아시아계'…'완전한 미국인' 못 돼"
CNN "역이민 후에도 韓서 어려움 겪기도"
아메리칸 드림을 좇아 미국으로 떠난 한국계 이민 부모의 2세들이 소속감을 찾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다.
미국 언론 CNN은 15일 '그들은 아메리칸 드림을 위해 한국을 떠났다. 이제는 그들 자녀가 돌아가고 있다'라는 기사를 통해 이런 현상을 집중 조명했다.
기사에는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자란 케빈 램버트라는 인물이 소개됐는데, 그는 어릴 적부터 백인 또래들과 자신이 다르다는 점을 인지했다고 한다.
한국계인 모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생김새가 두드러졌고, 언제나 의지할 곳이 없는 소외감을 느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1980~1990년대 내 어린 시절 모든 기억은 '이봐, 너 중국인이야? 너 쿵후를 알아?'였다"라고 회고했다.
이런 성장 배경에 따른 불편하고 잘 어우러지지 못하는 감정은 램버트가 성인이 된 뒤에도 남아있었고, 그는 결국 지난 2009년 한국으로 이주했다.
"하늘을 완벽하게 만드는 소파 뒤 퍼즐(무언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부분)을 찾기 위함"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CNN은 전후 가난한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이주한 한국계 이민자 부모들이, 최근 그 자녀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경우를 많이 경험한다고 설명했다.
CNN은 이런 현상을 두고 "(돌아가는 자녀들 중) 다수가 한국에 한 번도 발을 들이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한 열망으로 보일 수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조상의 나라에서 포용·소속되고자 하는 열망은 강하다"라며 "특히 미국에 만연하는 인종차별과 총기 폭력, 반(反)아시아 증오 범죄"를 마주하면 더욱 이런 경향이 강해진다고 설명했다.
스티븐 조 서 샌디에이고 주립대 아시아계 미국인 연구 조교수에 따르면, 이처럼 한국으로 역이민을 꿈꾸는 이민 2세 대부분은 미국인이 아시아를 일본과 중국으로 규정하던 시기에 자란 이들이다.
이처럼 '완전한 미국인'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험이 이들 다수를 부모의 조국으로 눈을 돌리게 한다는 것이다. 미국 사회에서 완전히 포용됐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라는 분석이다.
기사에 등장한 또 다른 이민 2세인 대니얼 오 씨의 경우 어린 시절 가족들과 캐나다로 이민했다. 이후 미국으로 다시 이주했는데, 매일의 삶에서 통상적인 인종차별을 경험했다고 한다.
현재 32세인 오는 "이민자로서 부끄러움을 느꼈던 많은 일들"을 기억한다며 외국인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던 과거를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아무리 많은 문화가 당신을 대변한대도, 행동과 발언이 아무리 (미국적으로) 동화되더라도 여전히 소외된다"라며 "잘해봐야 '아시아계 미국인'"이라고 토로했다.
20대 시절 한국을 방문했던 그는 이후 자신의 한국말이 완벽하지 않음에도 어떤 면에서 집처럼 느꼈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결국 24살에 한국으로 이주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민 2세뿐만 아니라 이민 1세 사이에서도 한국으로 돌아가려는 기류는 있다.
1985년 서울에서 로스앤젤레스(LA)로 이주한 72세 김문국 씨는 지난 2020년 배우자와 함께 한국으로 돌아왔다. 의료보험, 한국말을 통한 소통의 원활함, 가족과의 접근성이 주된 이유였다.
그는 미국 이민 기간 식당, 플리마켓, 금은방, 바느질 공장 등 다양한 직업에 종사했지만, 그 시절 인종차별은 추악하고 지속적인 위험이었다고 한다.
1990년대 백인들이 밖으로 길게 줄을 선 바에 들렀다가 '회원제'라는 말을 듣고 돌아섰던 경험을 김 씨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한인 사회의 피해가 컸던 LA폭동의 기억도 남아있다. 폭동 당시 김 씨를 비롯한 한국계 주민과 상점 주인들은 적절한 법 집행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스스로 보호해야만 했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정권과 코로나19를 거치며 아시아계 미국인의 삶은 더욱 팍팍해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거나, 회견에서 '쿵후'를 언급했다. CNN은 이 기간 반아시아계 증오 범죄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한국으로의 귀환이 늘 좋은 결과만 낳는 것은 아니다. 일정 기간은 좋은 감정을 느끼지만, 이후 오히려 한국에서의 일상과 이민 시절 습득한 생활 양상이 충돌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거주할 아파트를 찾고, 은행 계좌를 만들고, 병원에 가는 일상에서 언어적 장벽과 친숙하지 않은 시스템에 부딪힌다는 설명이다.
앞서 소개한 오 씨는 아울러 "한국계 미국인이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가장 힘든 일 중 하나는 약간의 이중 잣대가 있다는 것"이라며 어떤 면에서 역이민자들이 외국인 취급을 받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완전한 외국인은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상황에서 역이민자는 '더욱 한국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낯선 이들이 가끔 '한국인인데 왜 한국말을 못 하는가'라고 물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런 일련의 상황으로 앞서 소개한 램버트 씨의 경우 한국에서 11년을 살다가 2020년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CNN은 아울러 역이민한 여성들의 경우 한국의 보수적인 성·데이트 규범과 충돌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너무 솔직하고, 충분히 얌전하지 않으며, 너무 페미니스트적'이라는 평가를 듣는다는 것이다. [뉴시스/사진:스포츠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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