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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박사] 

수없이 밟힌 자국 한 순간에 지워진다

하늘땅 가뭇없이 묵념에 든 해인사 길

일주문 조아려 서서 도량을 닦고 있다

 

눈 쌓인 계곡 아래 물줄기도 참선이다

하염없이 내려 앉는 소복한 눈을 털자

적멸을 꿈꾸며 가는 고무신도 한 켤레

 

앞뒤도 분간 못할 희부연 시야 속을

장삼자락 붓자국이 써내려 간 일필휘지 

이제야 눈발 멈추고 스스로를 열고 있다

-김민정 「겨울 화두」 전문

 

이제 본격적으로 겨울인가 보다. 서울에도 두 번의 눈이 내리고 날씨도 많이 차가워졌다. 어김없이 네 계절이 오고 간다는 그 사실이 늘 새롭게 느껴진다. 유독 4계절을 분명하게 느끼며 사는 것도 하나의 복으로 여겨야 할 듯하다. 가난한 사람들은 겨울이 살기 힘들고 걱정이기도 하지만, 어쩌랴 피해 갈 수 없다면 즐기는 수밖에. 

사계가 분명하기에 다른 민족에 비해 우리 민족은 계절에 대한 적응력이 빠르고 '빨리빨리'가 몸에 밴 민족이 아닐까. 4계절 거의 변화가 없는 나라에서는 모든 게 풍요롭고 땔감 같은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데, 우리는 겨울이 오면 땔감 걱정도 해야 하고 미리미리 준비를 하지 않으면 겨울을 견딜 수 없기에 서두르는 문화가 생겼는지도 모른다. 

김장을 하는 것도 겨울이 있기 때문에 생긴 것이고, 추운 날씨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사철 변화가 거의 없고, 일조량이 풍부한 나라에서는 풍요로워서 그렇게 서둘 필요가 없는데 우리는 빨리하지 않으면 안 되게끔 기후가 빨리 변하고, 그것에 적응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듦을 우리 스스로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여러 가지 기후 변화를 겪으며 추운 곳도 더운 곳도 견뎌낼 수 있는 적응력이 생기고 환경에 맞는 냉온방 열기구도 만들면서 살아온 것이다. 더구나 우리나라에만 있는 온돌방은 우리를 얼마나 행복하게 하는지 새삼 고마운 생각이 든다. 

10월 말 스페인(에스파냐), 포르투갈, 모로코, 지브롤터를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이곳을 둘러보며 그들의 끝없이 펼쳐지는 지평선이 정말 부러웠다. 그렇게 넓은 들을 가진 나라, 그렇게 풍족한 땅을 가진 나라들이…. 아름다운 강산을 가졌지만 농사를 짓기에는, 자급자족하기에는 부족한 나라라는 생각에 우리 민족의 삶의 터전이 새삼 마음이 아팠다. 

조금 더 좋은 조건이었다면 외세의 침략을 덜 받고 조금 더 풍족하게 살았을까? 물론 유럽의 중세는 어두웠던 적도 많고 영주와 농노 사이의 여러 가지 일들도 많았으리라. 그들의 삶의 모습도 평탄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우리 민족의 여러 모습을 생각해 보면서, 그러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굳건히 나라를 지켜오고 지금도 세계 속에 경제대국으로 선진국으로 발전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모습이 대견하고 대단하게 보였다. 

지중해도 살기 좋은 곳이었고, 집들도 예뻤지만 우리나라 아파트들이 그들의 집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우리 민족에겐 우리 민족만의 능력이 있고, 특징이 있다. 안 좋은 자연환경을 극복해 내는 인내와 노력을 지닌 민족이다. 그래서 자연환경에서 안쓰러웠던 감정이 환한 자존감으로 돌아왔다. 

겨울 해인사의 눈을 보면서 썼던 작품 「겨울 화두」, 올해는 더 멋지고 아름다운 겨울과 하얀 눈을 기대해 본다. 한 장 남은 마지막 달력을 보면서 더 멋진 내년을 설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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